지리산길/2012

운지사~바래봉~팔랑치~1037지능 : 2012. 06. 30-31

san(짝꿍) 2012. 7. 2. 17:09

* 2012년 06월 30-31일 (토-일)

 

* 광주 산님들과 8+1명이서 비바람속에 박하러...

 

* 장마비가 시작되어 바래봉에 자러 가기로 합니다.

  광주 산님들이 작년에 비가 억수로 내리는 밤에 바래봉에서 박했다는 말을 듣고 샘이 났습니다

  비 와도 좋고 맑아도 좋으니 박을 하기로 몇 주 전에 계획을 했습니다.

  조금 망설이다가 그냥 마음 편히 가기로 합니다.     일이 생기기 전에 약속을 했으니...

 

* 남원에서 만나 주천면으로 돌아 운봉에서 점심을 먹습니다.

  아침에 비가 세차게 내리더니 구례는 안개비가 내리고 남원은 말짱합니다.

  점심 먹은 후에 운봉도 비가 내립니다.   정자에서 쉬었다 갈까했으나 빈 정자가 없어 다행입니다.  ㅎ

  

* 팔랑치에 가서 박하기로 했으나 비가 심하게 내려 바래봉 아래 데크로 가기로 합니다.

  비옷을 입고 임도로 가자고 합니다.   그렇지~~   모처럼 박짐을 지고 평소대로 갈 생을을 했으니...   바보^^

  광주 산님들은 반팔에 반바지에 샌들을 신고 가는데...    긴팔 긴바지 등산화 끈 조이고 갑니다.   ㅋ

  어깨에 무게감이 느껴지면 금방 쉬고 널널하게 올라갑니다.

  산딸기도 따먹고...     오디도 따먹고...     뱀딸기도 따먹으라고 놀리고...   

  잣을 올려다보며 1년차 잣이니 2년차 잣이니...     3년차는 있나 없나 궁금해하고...

  이것저것 이리저리 살피다...     웃다 쉬다 먹다...    올라가며 지북 19-22 와 19-20 날머리는 똑바로 봅니다.

 

* 바람에 날리는 산딸기와 오디를 접사해 보려고 들이대고 있지만...

  바래봉 넓은 임도 비바람을 어찌 당하겠습니까?   멀어져가는 산님들 바라보며 아쉬워 합니다.

  괜시리 자동디카라 잘 안된다고 카메라 탓만 하고 뒤따라 갑니다.   ㅎ

 

* 바래봉 삼거리에서...

  처음 온 사람만 바래봉 갔다 오라고 합니다.    처음이지만 안간다고 응수합니다.    ㅋ

  한쪽에선 처음엔 모두 진실만을 말하는 줄 알았는데 이젠 안다고 합니다.

  진실인 듯 아닌 듯 헷갈릴 필요도 없다고 합니다.       

  비옷 입어 덥고...   짐 무거워 가까운 거리를 쉬며 놀며 가니 즐겁습니다.

 

* 데크에 난민촌을 만듭니다.

  서로 도와 큰 집을 세우고 비바람을 막아 작은 집을 만들고 큰 집에 모이니 훈훈합니다.

  옷을 갈아 입고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샘터에서 물을 떠옵니다.

  얘기를 하다 너무 비가 많이 내려 멈추고 밖을 내다보니 퍼 붓습니다.

  옛날보다 장비도 튼튼하고 든든한 산님들이 많아 걱정 없지만...

  88년 장터목 산장 아래서 태풍에 A텐트가 무너져

  새벽에 배낭만 들고 산장으로 들어간 기억이 납니다.

 

* 새벽 네시가 넘어서야 안개비가 내립니다.^^

  서울에서 밤기차 타고 내려와 새벽에 올라오는 산님이 있어 마중을 갈까? 기침때문에 망설입니다.

  훤해지자 늦게라도 가봐야지 하며 밖으로 나가는데 도착합니다.    

  미안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여 얼싸안고 좋아합니다.    지리산이 그리 좋아...

 

* 동이 틀 기운이 전혀 없지만 바래봉으로 향합니다.

  샘에서 물을 뜨고 짝꿍은 그냥 돌아가고 혼자 올라갑니다.

  새벽 안개 몽롱함 속에 바람소리만 맴돌더니 새소리가 몽롱함을 가릅니다.

  풀잎들도 서로 부비며 스러졌다 일어섰다 잠을 깹니다.

  짙은 안개속에서 마음으로 주능을 바라보고 서서히 내려갑니다.

 

* 바래봉 샘터 부근에 토끼가 보입니다.

  새벽에 토끼가~~  물만 먹고 가지요.   속으로 노래를 부르며 다가가니 멀어집니다.

  살금살금 다가가면 저만치 더 멀어지고...   나무 사이로 사라지다 또 바라보고...     숨바꼭질을 합니다.

  멋진 길에는 좀 더 큰 것이 달아납니다.    새소리도 많이 들리고 나비도 날아가 멍한히 바라봅니다.

  내가 신기한 듯 그들이 날 보러 나온 듯 합니다.    놀라지 말고 좋은 구경거리였으면 싶습니다.   ㅎ

 

* 아홉시가 넘어서야 환한 세상이 됩니다.

  히~야~~  구름사이로 하늘이 열리자 산 속에 숨었던 구름도 요동칩니다.

  팔랑치 쪽으로 달려갑니다.    구름이 강이 되어 흐르고 천왕봉은 잠시 열리더니 가립니다.

  운봉쪽은 모였다 올라가 흩어지고 또 모이고를 반복하며 눈을 즐겁게 합니다.

  날이 차츰 열리자 텐트 말리고 빗방울을 털어내고 나설 준비를 합니다.

   

 

* 운지사(13:30)~ 데크(16:20-1박-12:20)~ 팔랑치~1037봉(12:50-13:12)~ 산덕임도(13:55)~ 포장도로(14:35)

 

 

대강 그렸습니다.^^ 

 

 

운지사 주변에 주차하고...

빗줄기가 약해지자 얼른 출발한다.

 

   

쬐끔 가다 운봉을 배경으로 찍고...

쬐끔 더 올라가다 무겁다고 서로 과일을 꺼내며 먹고 가자고 한다.  ㅎ

 

표지판 공사를 했나?

 

   

산수국은 비바람이 간지러운 듯 아양을 떨고...

샘물을 흘려 보내려 안간힘을 쓰지만 아직 빗줄기가 약하다. 

 

쭉쭉 뻗은 나무들도 안개비를 흠뻑 들이키며...

살랑거려 신선함을 내뿜으며 쉬어 가라고 우릴 붙잡는다.

 

   

지북 19-22 아랫길과

지북 19-20 윗길 날머리를 바라본다.

 

따 먹다가 ㅎㅎ...

 

데크에 도착해 빗줄기가 약한 틈에 얼른 큰 집을 짓고...

천막도 치고...   작은집을 만드는데 또 퍼붓는다.

 

 

* 저녁을 먹고 얘길 나누다 빗소리가 커지면 서로 텐트 밖을 내다보며 즐거워한다.^^

지글지글 명태전 부치는 소리와 도란도란 주고 받는 얘기와 텐트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삼박자를 맞춘다.

 

혼자 살며시 밖으로 나가 비바람속에 서본다.

천왕봉쪽을 보다가 조금 걸어가 운봉 불빛을 바라본다.

바람은 세차지만 빗줄기는 굵어졌다 가늘어졌다를 반복한다.

잠시 지리산의 한 점이 되어 나를 잊는다.

천둥소리에 놀라 되돌아온다. 

 

 

 

아침 안개속에 커피향이 퍼진다.

색깔이 고와...   얼른 입에 대질 못하고 바라만 본다.^^

 

안개 가득한 길을 걷는다.

 

   

 

   

바래봉에서 한참을 기다리다 되돌아 온다.

마음으로 해맞이를 하고...

 

바람에 일렁이는 모습에...

팔을 벌려 함께 바람을 느낀다.  ㅎ

 

바래봉 샘터에서 물을 받고 돌아서니...

 

토끼 한마리 세수하러 왔다가 방해 받은 건 아닌지...

반가와 토끼 뒤를 따르다 목 마를까봐 얼른 샘터를 비껴주고 내려간다.^^

 

   

풀잎마다 맺힌 진주 보다 더 고운....

 

한 참을 놀다 내려가니 모두 일어나 분주하다.

 

아침을 먹고 바라보니 순간 환해진다.

 

                                                                                천왕봉이 먼저 아는체를 한다.                                            photo by 연두

 

히~야~~

 

당겨서도 보고 또 보고...

 

                                                                                                아래쪽으로 길을 나선다.                                               photo by  연두

 

photo by  연두

 

photo by  연두

 

구름은 강이 되어 흐르고...

 

강은 다시 구름이 되어 올라간다.

 

    

박짐 꾸리고 줄줄이 서고 앉아...

색깔별로 찍고 공통점을 찾아 또 찍고 길을 나선다.^^

 

언덕 너머 힘찬 서북능선을 바라보며...

 

                                                          ㅎㅎ...                                    photo by  연두

   

                                                                     꽃은 지고 잎만 무성한 팔랑치 철쭉계단을 올라...                         photo by  연두

 

걸어온 길을 돌아본다.

 

1037봉에서...

 

노고단 방향으로 달려가 보고...

 

남은 간식을 먹고...

 

산덕 마을 임도로 향한다.

 

   

처음엔 경사가 심해 미끄럼을 타고...

 

   

소나무 쭉쭉 뻗은 좋은 길을 걸어...

  

산덕임도에 도착...

 

바래봉 유래를 읽어보고...

조금은 덥고 지루한 길을 간다. 

 

 

    

오랫만에 만나....

 

   

즐겁고 재밌는 박하고...

 

   

다시 만나길 바라며...

포장도로에서 택시를 불러 운지사에 있는 차량을 회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