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12월 08-09 (토-일)
* 차일봉능선~우번암~코재~화엄사
* 눈내리는 날에 짝꿍이랑 네명이서 당일로 내려오려고 했으나...
* 눈이 잘 안오는 지역인데 수요일 밤부터 눈이 내립니다.
딸은 "첫눈을 엄마랑 차안에서 봐야되? 아이고~ 그것도 시험공부하러 가며..." 하더니 전화기를 꺼냅니다. ㅋㅋ
딸을 내려주고 금방 눈이 쌓이는 큰 나무 아래 잠시 멈춰 눈이 펄펄 내리는 교정을 바라봅니다.
* 대학 4학년 첫눈이 오던 날... 나주 사는 친구가 집에 못가 세명이 포장마차를 거쳐 대운동장으로 향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한 모금이면 족한 주량이지만 눈에 취하고 둘은 술에 취해 바라본 운동장은 꿈을 펼치기에 충분했습니다.^^
문득 그때 친구들이 보고 싶어집니다. 운전이 걱정되어 집으로 향하지만 다시 눈을 바라봅니다.
다음 날은 시외로 나가는 언덕길이 밀려 시작 2분전 직장에 도착합니다. 학생들은 즐거워 창밖만 바라봅니다.
'지리산도 하얗겠지...' 제 머리속도 하얗습니다. ㅎ 다행히 오후는 아무 문제없이 집에 도착을 합니다.
* 금요일은 9시 5분부터 오전내내 퍼 붓습니다. 중1 남학생들은 시작종이 쳐도 한 참 후에 들어옵니다.
손발이 벌겋게 된 채 "죽을 것 같아요..." 하는데 얼굴은 좋아서 죽을 것 같은 모습이라 농담을 합니다.
"그래? 진짜로 너 곧 죽을 것 같다... 어쩌지요~~" 여기저기 "나도 죽겠다~"며 좋아서 죽습니다.
그날 운동장에서 주워 온 쓰레받이는 30개가 넘습니다. 눈 때문에 용서를 합니다.
우린 차 위의 눈은 그대로 두어 다행입니다. 다른 곳에선 자동차가 여러대 흠이 났다고 합니다. ㅋ
오후에 녹아내리는 눈을 바라보는 시선이 엇갈립니다.
동료들은 다행이라 안도의 숨을 쉬고 아이들은 사라지는 눈을 보며 애를 태웁니다.^^
* 토요일도 화엄사로 향하는데 눈이 내립니다.
따뜻한 차와 간식으로 몸을 데우고 능선으로 들어서니 포근합니다.
둘은 앞서 올라가고 동료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천천히 진행합니다.
삼각점이 있는 원사봉으로 향하며 눈위에 찍힌 첫발자국을 바라보고 좋아합니다.
천은사 방향으로 향하는 길을 살피고 올라가니 하얀 세상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 오른쪽 사면으로 돌아가는 길을 기웃거리며 생각합니다.
화엄사 각황전 뒤 4사자3층석탑... 다음은 구층암지능... 그리고 봉천암 지능...
눈이 제법 많이 쌓인 법성봉 사면을 돌아가니 하얀 나무 사이로 ㅇㅎ암이 보입니다.
법성봉재를 지나니 바람이 능선에 눈을 부려 예쁜 성을 쌓아 진행을 어렵게 합니다.
폐헬기장을 지나 전망이 트인 능선에 오르니 눈은 더 매섭게 칼바람이 되어 얼굴을 칩니다.
마음으로 전망을 보며 간식을 먹고 금방 일어섭니다.
* 천은사 방향 도로가 눈에 잘 들어오는 전망대도 흩날리는 눈발에 그냥 하얀 세상입니다.
되돌아나와 힘내어 오르니 능선에 작은 철그물로 된 시설물이 보입니다.
크기가 좀 작아 보이지만 마음은 우번암 삼거리에 다 온 줄 알고 기뻐했으나 당당 멀었습니다.
눈이 그치고 한 참을 올라 예전에 있던 시설물이 나오고 카메라가 보이고 우번암 삼거리에 닿습니다. ㅋ
* 우번암으로 가는 길은 다시 즐겁습니다.
더 많이 쌓인 하얀 세상으로 빨려 들어가며 허기짐도 잊고 즐거워합니다.
우번암은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눈위에 발자국이 없습니다.
당일 배낭으로 올라와 생각보다 늦어진 걸음에 몇 번 망설이며 우번암에 머물다 내려가기로 했는데...
늦은 점심을 먹으며 "내려 갈까? 노고단에 가서 잘까?" 의논합니다.
애써 마음 먹었는데 그냥 내려가기는 아쉽지만 준비도 없이 노고단으로 가기도 그러하다며 일단 점심을 맛있게 먹습니다.
앗!! 그림자가 어른 거립니다. 처음엔 얼른 알아보지 못했지만... 감사합니다.^^
* 눈이 그쳐 살며시 나와 밤 하늘을 올려다 봅니다.
최고로 많은 별들이 아주 가깝게 반짝거립니다. 별똥별이 떨어집니다. ㅎ
하얀 눈으로 어둡지 않은 주위를 걷고 싶지만 초저녁에 내린 눈으로 다시 길이 사라졌습니다.
깊은 밤에 다시 한 번 밖에 서니 눈이 내립니다. 쌀쌀하지만 마음이 포근한 밤입니다.
* 눈꽃이 핀 종석대를 올려다봅니다.
구름은 삽시간에 하늘을 가리고 눈앞도 어두워집니다.
파아란 하늘에 하얀 눈꽃을 넣고 싶은데 도와주질 않습니다. 욕심 비우고 내려갑니다.
그 마음 보였는지 하얀 길을 앞장서 가라고 길을 내줍니다. 무릎까지 푹-푹- 빠져 좋은 길도 힘이듭니다. ㅎ
화엄사에서 올라오는 산님들이 있어 내려가는 길은 수월합니다.
햇빛 가득한 화엄사에서 올려다보니 종석대 주변은 아직도 구름이 하얗게 걸려 있습니다.
* 화엄사 주차장(09:05)~ 삼각점(10:05)~ 휴식(10:15-40)~ 법성봉재(11:35)~ 휴식(12:43-13:00)~
소나무 바위(13:58)~ 우번암 삼거리(14:55)~ 우번암(15:10-09:46)~ 무넹기(10:55)~ 참샘(12:03)~
화엄사(12:45)~ 화엄사 주차장(13:06)
다녀온 길...
화엄사 시설지구 마지막 집 왼쪽으로 올라...
소나무향 가득한 국립공원이 줄줄이 박힌 능선으로 올라선다.
소나무 새로 눈발이 흩날리는 몽롱함에 취해 바라본다.
히~야~~
눈 속에 파묻힌 삼각점을 찾아... ㅎ
하얀길에 주저앉아 시간을 보내다...
올라가니 갈수록 깨끗하고 신선한 눈이 많아 자동으로 멈춘다.
ㅎㅎ...
왼쪽으로 향하며 오른쪽 사면길을 바라보고 구층암과 봉천암을 떠올리고...
법성봉재 사거리에서 연기암과 삼일암을 생각한다.^^
중간에 짝꿍이 앞서 갔으나 하루 종일 앞장 선 여수산님 옷이 눈으로 하얗다. 감사!!
태풍에 쓰러진 나무와 눈이 무거워 쳐진 나무가지가 길을 막아 살짝 우회하여 올라간다.
이쁘다.^^
앞서가는 산님들 모습이 이뻐 언 손을 호호 불며 담아본다.
한동안 손이 얼어 따뜻한 장갑을 빌려준다. 감사!!
소나무 바위에서 "아이고~~ 쉬어 갑시다!!"
손은 따뜻해졌는데 코도 얼고 안경이 얼어 안보여요. ㅎ
다시 힘을 내 올라가는 걸음이 즐겁다.
드디어 우번암 삼거리 도착...
차가운 물 마시니 속이 시원하고 정신이 바짝든다.^^
다 왔다!!
아침에 눈은 그쳤지만 종석대 한바퀴 돌 엄두가 안난다.
혼자 주위를 한바퀴 돌며 담는다.
햇살이 잠시 비춰 파란 하늘이 이쁘다.^^
흔적을 남기고... ㅎ.
이제 우번암을 나선다.
다시 볼 수 있을까?
종석대가 "다시 보겠지요... " 하며 모습을 드러낸다.
"다시 봤으면 합니다..."
구름에 가린 노고단도 반기며 웃는다.
검은 구름 다시 밀려와 주루룩 미끄러지듯 내려간다.^^
앞장서 가다가 휙~ 돌아보며...
저 아래는 따뜻한 남쪽 나라....
흔적없는 길에 주저 앉는다.^^
에고~~ 눈속에 박혀 혼자 일어서지도 못한다. ㅎ
다음을 기약하며 뒤돌아보고...
아이젠 신고 하산!!
뒤따르다 경사 심한곳 주-룩 멈칫 넘어지기도 하고...
너무 빨리 내려가기 싫어 불러 세운다.^^
이쁜 날이다. 이틀 동안 뿌듯함을 안고 내려간다.
어은교와 어진교...
남매일까? 친구일까? 혼자 피식 웃는다.^^
구름 가득한 골을 올려다 보며 아이젠을 벗는다.
함께한 산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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